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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3.23.-경남매일] 아이들 등굣길, 어른들의 '염치'를 묻다
작성자 *** 등록일 2026.07.22

아이들 등굣길, 어른들의 '염치'를 묻다 - 경남매일


매일 아침, 학교 앞은 모순의 현장이 된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 미래가 걸어오는 길목은 어른들의 편의와 이기심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무분별하게 불법 주정차한 차량과 속도를 줄이지 않는 질주 사이에서 위태롭게 등교하는 학생들을 보며,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슬픔과 미안함을 느낀다.

'노마지지(老馬之智)'라는 말이 있다. 길 잃은 군대를 구한 것은 노련한 말의 지혜였다. 앞서 세상을 살아온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안전한 길을 터주는 '길잡이'가 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모습은 아이들의 길을 막아서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이제는 과거의 책임을 묻는 데 에너지를 쓰기보다, 내일의 등굣길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실천적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다.

첫째, '1분'의 편의보다 '한 생명'의 무게를 먼저 떠올렸으면 한다. 네덜란드에는 문에서 먼 쪽 손으로 차 문을 열어 뒤쪽 보행자를 살피는 '더치 리치'라는 일상의 배려가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법규보다, 내 차의 속도를 줄여 아이의 보폭에 맞추는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둘째, 학교 담장을 넘는 공동체적 보호망을 구축해야 한다. 스웨덴의 '비전 제로' 정책은 인간의 실수가 죽음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시스템을 설계하는 데서 시작한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도로 설계자 등 모든 '어른'이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와 중상자를 제로로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 모두가 등굣길을 '성역'으로 여기는 합의가 있을 때, 아이들은 비로소 안심하고 꿈을 꿀 수 있다.

셋째, 책상 위 행정이 아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현장을 바라봐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벽'은 제법 높아 보인다. '우리 부서 담당이 아니다', '과속방지턱을 설치하면 민원이 들어온다'라는 답변은 너무나 슬프게만 들린다. 아이들의 생명보다 차량을 우선하는 기성세대들과 그 민원에 두려워하는 모습은 안타깝기만 하다. 특정 기관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고질적으로 앓고 있는 안전 불감증을 냉철하게 직시해야 한다.

넷째, 갈등을 배움으로 승화시키는 공존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이권, 편의가 안전망과 충돌할 때 어른들이 기꺼이 양보하고 타협하는 모습은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교과서가 된다. 아이들의 안전을 담보로 한 어떠한 논리도 '대승적인 차원'의 생명의 가치를 앞설 수는 없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격언은 이제 구호가 아닌 생존의 문장이 돼야 한다.

출처 : 경남매일(http://www.gn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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